신용거래융자 잔액이 석 달 새 2조원 가까이 늘어나며 20조원을 넘어섰다. 지난 4월 무더기 하한가 사태 이후 감소세를 나타내던 ‘빚투’(빚내서 투자)가 다시 급증세로 돌아서고 있다. 증권사들이 테마주, 소형주 등의 신용거래를 제한하자 유가증권시장 대형주로 개인투자자의 빚투가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눈에 띄는 점은 대형주를 중심으로 유가증권시장이 빚투의 주된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5월 말 8조9265억원이던 유가증권시장 신용잔액은 이달 6일 10조5552억원으로 1조6287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코스닥 신용융자 잔액은 9조7049억원에서 9조8756억원으로 1707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코스닥 중소형주의 빚투가 어려워지자 유가증권시장 대형주로 투자자가 몰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종목별로는 포스코홀딩스 LG화학 같은 2차전지 대형주의 빚투가 급증했다. 2차전지주가 조정을 받자 개미들이 빚을 내서 ‘물타기’ 또는 신규 매수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포스코홀딩스는 5월 말 4530억원이던 신용잔액이 7526억원으로 3000억원가량 급증했다. 같은 기간 포스코퓨처엠 신용잔액도 2546억원에서 4450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로 늘었다. LG화학(증가액 914억원) SK이노베이션(500억원) 삼성SDI(478억원) LG에너지솔루션(525억원) 등도 빚투가 크게 증가했다.
초고위험 상품인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도 빚을 내 투자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코스닥150지수의 역방향으로 수익을 추구하는 ‘KODEX코스닥150선물인버스’는 신용잔액 비중이 9.4%에 달한다. 유가증권시장 종목 가운데 2위다. 신용잔액도 855억원으로 5월 말(652억원) 대비 200억원가량 증가했다.
시가총액 2000억원 안팎의 일부 중소형주 중에도 신용비율이 치솟는 종목이 나오고 있다. 신용비율은 투자된 주식에서 신용으로 매수된 비중을 의미한다. 대양금속(비중 9.86%) 화천기계(7.56%) 태경비케이(7.46%) 우진(7.11%) 한미글로벌(7.05%) 등이 대표적이다.
증권업계는 지난주 이후 유가 급등, 미·중 갈등 격화 등으로 증권시장 투자심리가 악화하는 상황에서 빚투가 주가 낙폭을 키울 뇌관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증권사들은 주가 하락으로 신용거래 계좌 평가금액이 일정 담보유지비율 밑으로 떨어지면 반대매매를 통해 대출금을 회수하기 때문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증시가 하락하면 반대매매 매물 출회로 개인 손실이 커질 수 있어 위험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관련뉴스